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바로 큰딸의 체중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살이 조금 붙었나 보다 싶었습니다.
한창 예민한 나이이기도 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아질 시기라 다이어트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살이 좀 쪘다”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부른 당류 폭식
딸아이는 살이 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옷을 입을 때마다 몸매를 의식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말도 자주 했고, “왜 나는 살이 이렇게 잘 찌지?” 하며 자책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량을 줄이려고 애를 쓰더니,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단 음식을 몰아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젤리, 달달한 음료 같은 것들을 한 번 손대면 멈추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먹고 나면 후회하고, 후회하면 더 우울해지고,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당이 많은 음식을 찾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참 복잡했습니다.
그만 먹으라고 말하면 상처받을 것 같고, 그냥 두자니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한동안은 “의지만 있으면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단순히 먹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서 음식에 기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들은 말, 그리고 위고비 권유
결국 병원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저는 솔직히 병원에 가면 식단 조절과 운동 이야기를 중심으로 듣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은 제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지금 상태를 가볍게 보면 안 되고, 이대로 가면 고도비만의 문턱까지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부모로서 늘 걱정은 했지만, 막상 의사의 입에서 그렇게 분명한 이야기를 들으니 상황이 훨씬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위고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그런 약은 아주 심한 경우에만 고려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무조건 약을 쓰자는 뜻이 아니라, 지금 아이의 상태를 그 정도로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식욕 조절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고, 특히 당류에 대한 갈망이 반복되면 스스로 끊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내가 아이를 너무 쉽게 봤던 건 아닐까’
‘살이 찐다는 결과만 봤지, 왜 그렇게 먹게 되었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제는 체중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려고 합니다
그 일을 겪고 난 뒤부터는 아이를 대하는 방식부터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자꾸 먹는 행동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먹지 말라고 하고, 조절하라고 하고, 운동하라고 말하는 게 도움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말들은 아이에게 또 다른 압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살부터 빼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는지, 어떤 순간에 단 음식이 더 당기는지, 아이가 스스로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습관도 한 번에 다 바꾸려 하기보다 조금씩 바꾸는 중입니다.
달달한 간식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식사를 거르지 않게 하고, 생활 리듬을 안정시키는 것부터
다시 잡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위고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무서워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약만 맞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할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면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판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분명히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비만은 단순히 덜 먹고 더 움직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다이어트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당류 폭식이 함께 얽히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이의 체중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먼저 아이의 마음을 꼭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혼내고 다그치기 전에 왜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저는 이제야 배웠습니다.
저희 집도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체중계 숫자보다 아이의 마음과 건강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