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는 게 정말 무조건 좋은 걸까요?
저도 한동안 하루 2리터를 채우겠다고 억지로 물을 들이켰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배가 더부룩하고 화장실만 자주 가게 되더군요.
주변에서는 물을 많이 마셔서 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왜 그런 효과를 못 느꼈을까요.
알고 보니 물도 체질에 맞게, 몸 상태에 맞게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많이 마신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제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마셔야 했던 겁니다.
체질별로 다른 물 섭취법
물을 마시면 입과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지만, 실제로 흡수가 일어나는 곳은 소장입니다.
여기서 흡수된 수분은 간문맥(portal vein)을 통해 간으로 이동한 뒤 심장과 폐를 거쳐 전신의 혈액으로 공급됩니다.
간문맥이란 소화기관에서 흡수된 영양분과 수분을 간으로 운반하는 혈관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기가 약하거나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식사 때를 제외하면 물을 거의 안 마시는 편입니다.
운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려야 겨우 한 잔 정도 더 마실까 말까 한 수준이죠.
그런데 친한 언니는 강박처럼 하루 2리터를 꼬박꼬박 채웠다고 합니다.
3개월 후 저절로 살이 빠지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언니처럼 2리터를 마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기가 약한 사람들은 위장에서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정체될 수 있습니다.
물을 마신 후 배에서 꿀렁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위장에 수분이 저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대한한의사협회).
이런 경우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기보다는, 찬물 대신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식사 중에는 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음식을 잘 씹어 침과 함께 삼키면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저체중이거나 저혈압인 사람들은 혈액량 자체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물을 마실 때 소금을 약간 타서 마시면 수분 흡수를 돕고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500ml 물에 3g 정도의 소금을 넣어 0.6%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면 체액의 삼투압과 유사해져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삼투압(osmotic pressure)이란 용액의 농도 차이로 인해 수분이 이동하는 압력을 뜻하는데, 체액과 비슷한 농도로
만들면 몸이 수분을 더 효율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소금물
과체중이거나 고혈압인 사람들은 혈액량이 이미 많은 상태이므로, 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오히려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물을 마시기 전에 운동을 통해 땀을 흘려 수분을 소비하고, 세포의 대사 활동을 활발하게 만든 후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모세혈관(capillary)을 활성화시키고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들어 혈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 사이를 연결하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에 전달하고 노폐물을
회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30~35ml로 계산됩니다.(출처:대한영양사협회)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1,800ml, 즉 1.8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운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에는 여기에 500ml~1리터 정도를 추가로 마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배가
불편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몸 상태가 매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수기 물에는 미네랄이 부족하므로, 하루에 500ml 정도의 물에 3g의 소금을 넣어 0.6%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어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특히 아침에 따뜻한 소금물을 마시면 수분 흡수를 돕고 몸의 전해질 밸런스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해질(electrolyte)이란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체액 속에 녹아 있는 이온 성분을 말하는데, 이것이 균형을 이루어야
신경 전달과 근육 수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과체중인 경우에도 천천히 마시면 큰 문제없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건강효과
물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몸에 열이 많고 진액이 충분한 경우에는 시원한 물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은 찬물을 피해야 합니다. 찬물은 소화기 혈류를 제한하고 혈관 수축을 일으켜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겨울에 찬물을 마셨을 때 속이 더 불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가급적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물을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 마시기의 타이밍도 신경 써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시점에 물을 마시면 효과적입니다.
- 아침 기상 직후: 잠자는 동안 손실된 수분을 보충하고 장운동을 활성화합니다
- 식사 30분 전: 포만감이 증가하여 과식을 예방하고 소화를 돕습니다
- 업무 중간중간: 집중력을 유지하고 피로감을 완화합니다
- 운동 전후: 탈수를 예방하고 체온을 조절합니다
- 자기 전 1시간 전: 혈액 순환을 돕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숙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물을 많이 마신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체질별로, 혈액량별로 물을 적절히 마셔야 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제 몸을 잘 알고 적절한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