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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BO]홈 어드밴티지, KBO에서 존재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by 쁘띠디아블 2026. 4. 28.

집에서 싸우면 정말 더 잘 이기나?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직접 가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안다.

9회 말, 동점 상황. 홈팀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 2만 명이 일제히 일어선다.

 

그 압력은 그냥 소리가 아니다. 공기가 달라진다.

그걸 등에 얹고 타석에 서는 선수와, 그걸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원정 투수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근데 이게 느낌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실제로 숫자에도 찍힐까. 그게 오늘 얘기다.

숫자부터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홈 어드밴티지는 KBO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1982년 리그 출범부터 2021년까지 딱 40년 치 데이터를 쌓아보면 홈팀 승률이 약 53%다.

 

동전 던지기(50%)랑 고작 3% 차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한 시즌에 팀당 70경기 이상을 홈에서

치른다는 걸 감안하면 3%는 순위 한두 자리 차이가 나는 꽤 유의미한 숫자다.

 

전 세계 야구 리그를 봐도 비슷하다.

MLB도 수십 년째 홈팀 승률이 53~54% 언저리를 맴돈다.

 

축구나 농구에 비해 홈 어드밴티지가 작긴 하지만, 없다고는 절대 못 한다.

시즌 홈팀 승률 비고
1989년 58.1% 역대 최고
통산 평균 (1982~2021) 53.0% 40년 누적
2019년 52.0% 최근 평균권
1985년 45.9% 당시 최저
2022년 44.6% 41년 역대 최저

왜 집에서 더 잘 이기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거론되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건 역시 익숙함이다.

투수는 자기 마운드를 발로 느끼고, 타자는 조명 각도와 외야 잔디 반응을 몸으로 안다.

 

잠실이 넓다는 걸 아는 외야수와, 처음 와서 거리 감각을 잡아야 하는 원정 외야수는 같은 플라이볼 앞에서

출발이 다르다.

 

구장 크기 자체도 팀 전략과 엮인다.

좌우가 좁은 구장의 홈팀이 장타 라인업을 꾸리면 그 이점은 배로 커진다.

 

두 번째는 관중이다. 꽉 찬 홈 관중석은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심판에게도 은근한 압박을

넣는다는 연구들이 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을 때 MLB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통계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KBO는 2024년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전 세계 1군 리그 최초로 도입하면서, 적어도

볼-스트라이크 판정에서 군중의 압력이 끼어들 여지가 크게 줄었다.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볼 만하다.

"관중이 들어차면 경기장 자체가 다른 공간이 된다. 선수들이 느끼는 건 소리가 아니라 압력이다."

 

세 번째는 야구만의 구조적 이점, 말공격이다. 홈팀은 항상 9회말을 갖는다.

동점이면 연장에서도 매 이닝 말을 쥔다. 끝내기가 가능한 건 항상 홈팀이다.

한 경기에서 끝내기 찬스가 오는 비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144경기 시즌 내내 누적되면 무시 못 할

이점이 된다.

2022년, 그 기이한 시즌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2022년 KBO가 뒤집혔다.

그해 리그 전체 홈팀 승률이 44.6%로 41년 역사상 최저를 찍었다.

홈팀이 원정팀보다 못 이긴 시즌이 된 거다.

 

더 기이한 건 10개 팀 중 홈에서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팀이 단 둘 뿐이었다는 것.

롯데는 부산 홈에서 11승 23패, 승률 0.324라는 처참한 숫자를 냈다.

원정 다니는 팀들이 오히려 집에 있는 팀들을 더 잘 이기는 세상이 된 거다.

 

원인이 딱히 특정되지 않는다는 게 더 흥미롭다.

투고타저 경향이 강해지면서 선취점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초공격이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선취점 시 승률은 전년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 이후 원정팀의 이동 패턴 변화, 일부 팀의 급격한 전력 저하, 스케줄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다.

 

그냥 야구는 그런 스포츠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변수가 워낙 많아서, 어느 해엔 홈 어드밴티지가 흐릿해지기도 한다.

팬이 만드는 어드밴티지

2022년 이후 KBO는 다시 어느 정도 홈 어드밴티지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팀별 편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2025년 한화 이글스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2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KBO 역대 최장이다. 그 열기 속에서 한화는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팬과 성적 사이의 닭이냐 달걀이냐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꽉 찬 관중석이 팀에 나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반대로 관중 동원이 꾸준히 부진한 팀들에서는 홈과 원정 성적 차이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경우도 보인다.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치르는 홈 경기는 구조적으론 홈이지만 분위기는 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홈 어드밴티지의 상당 부분이 사실 팬들이 만드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KBO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존재하는가.

답은 그렇다, 존재한다. 40년 넘는 데이터가 평균 53%로 이걸 말해준다.

 

하지만 이 효과는 고정된 게 아니다. 시즌마다 출렁이고, 구장마다 다르고, 팬이 얼마나

채워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22년처럼 홈 어드밴티지가 통째로 증발하는 해도 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변수가 많다.

한 경기에 수십 번의 역전이 가능하고, 144경기 시즌의 파도 속에서 홈이라는 요인은 얇지만 꾸준히

작용하는 힘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다. 결정적인 무기는 아니지만, 없어지면 분명히 티가 나는 그런 것.

 

결국 홈 어드밴티지의 진짜 정체는 수치가 아니라 관중과 선수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다.

그걸 만들어주는 건 팬이고, 그걸 결과로 바꾸는 건 선수다.

그래서 야구장에 직접 가는 게 의미 있다. 당신도 그 숫자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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