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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BO] 선발투수 QS vs ERA, 어떤 숫자가 진짜 실력을 보여주나

by 쁘띠디아블 2026. 4. 26.

그 투수, 진짜 잘 던진 거 맞아?

 

야구 보다가 이런 상황 한 번쯤 있었을 거다.

선발투수가 6이닝 3 실점으로 내려왔다. 중계 화면엔 QS 달성이라고 뜬다.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나는 왠지 찜찜하다.

 

"6이닝에 3점이나 내줬는데 잘 던진 거야?"

반대 상황도 있다. ERA 2점대 투수가 선발 등판했는데
5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QS 실패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 경기는 잘 던진 것 같았다.

이 혼란의 정체가 바로 QS와 ERA 사이의 간극이다.


둘 다 투수를 평가하는 지표인데, 가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대체 어떤 숫자를 믿어야 할까.

QS가 뭔지부터 짚고 가자

QS는 Quality Start의 약자다. 조건은 단순하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고, 자책점 3점 이하를 기록하면 QS 달성.

1985년 미국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존 로우가 만든 개념이다.


당시엔 꽤 혁신적인 지표였다. 승패에만 의존하던 투수 평가에서 벗어나,
"오늘 선발이 제 역할을 했느냐"를 따지는 첫 시도였으니까.

 

KBO에서도 QS는 중계 중에 자주 언급되고, 팬들 사이에서도 익숙한 지표가 됐다.
선발이 QS를 했느냐 못 했느냐가 그날 경기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우도 많다.

ERA는 또 뭔데

ERA는 Earned Run Average, 평균자책점이다.
9이닝 기준으로 평균 몇 점을 내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ERA 3.00이면 9이닝당 3점, 꽤 잘 던진 투수다.
ERA 5.00이면 9이닝당 5점, 리그 평균 언저리거나 그 아래다.

 

이건 훨씬 오래된 지표다. 야구 역사와 거의 같이 걸어온 숫자라고 보면 된다.
선수 소개할 때 이름 옆에 ERA가 붙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투수 평가 = ERA"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

그런데 이 둘이 가끔 충돌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얘기다.

QS를 달성했는데 ERA가 높은 투수가 있다.


6이닝 3실점을 꾸준히 반복하면 QS는 계속 쌓인다.
근데 ERA 계산해보면 4.50이다. 그리 좋은 숫자가 아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6이닝 3 자책은 ERA 4.50에 해당한다.


QS 기준을 딱 맞춰서 계속 던지면 ERA는 4점대 중반이 나오는 구조다.
QS를 달성하는 투수가 꼭 에이스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ERA는 낮은데 QS 비율이 썩 높지 않은 투수도 있다.
5이닝 1실점으로 자주 내려오는 유형이다.
짧게 던지지만 강하게 던진다. 이닝은 못 먹어도 실점은 확실히 막는다.


ERA는 2점대인데 QS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이 투수, QS 기준으로만 보면 그냥 그런 선발이다.
그런데 ERA로 보면 리그 탑 수준이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냐

QS의 결정적인 약점이 여기 있다.

이닝 수에 집착한다.

 

6이닝을 채워야 QS다. 5이닝 2/3 던지고 강판되면 아무리 잘 던져도 QS 실패다.
반대로 6이닝을 가득 채우면 3점을 내줘도 QS 성공이다.

 

그러다 보니 QS는 "얼마나 잘 던졌나"보다 "얼마나 오래 버텼나"를 더 잘 반영하는
지표가 되어버린다. 불펜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순수하게 투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기엔 구멍이 있다.

 

ERA는 반대의 문제가 있다.

운을 걸러내지 못한다.

비자책 실점은 ERA에 안 잡힌다. 수비 실책으로 내준 점수는 투수 잘못이 아니니까.


그런데 현실에서 수비 실책 뒤 연속 안타가 터지면,
"그 타자를 결국 못 잡은 건 투수 문제 아니야?"라는 논란이 생긴다.

 

또 인플레이 타구 처리는 수비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비가 약한 팀 에이스는 같은 피칭을 해도 ERA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실력이 아니라 팀 수비 탓에 ERA가 나빠지는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 거다.

그럼 뭘 봐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QS 하나만 보거나 ERA 하나만 보는 건 둘 다 위험하다.

요즘 세이버메트리션들이 더 신뢰하는 지표들이 따로 있다.

 

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수비 영향을 걷어내고 삼진, 볼넷, 홈런만으로 계산한 ERA다.
투수가 순수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만 본다는 점에서 ERA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WHIP (이닝당 출루 허용률)
이닝당 안타와 볼넷을 합친 수치다. 주자를 얼마나 내보냈는지 보는 거다.
ERA가 낮아도 WHIP이 높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투수라는 신호다.

 

K/9, BB/9
9이닝당 삼진 수와 볼넷 수. 이 두 가지를 같이 보면
투수가 공격적으로 승부하는지, 제구에 애를 먹는지가 보인다.

 

그래도 KBO 중계 보면서 이 지표들 다 챙겨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럴 때는 QS와 ERA를 같이 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QS 비율이 높고 ERA도 낮으면? 그 투수는 진짜 에이스다.
QS는 많은데 ERA가 높으면? 이닝은 먹어주지만 실속이 없는 유형이다.
QS는 적은데 ERA가 낮으면? 짧고 강하게 던지는 스타일, 불펜 의존도가 높다.


둘 다 나쁘면? 설명이 필요 없다.

결론 — 숫자는 여러 개를 같이 봐야 한다

QS는 분명히 의미 있는 지표다. 선발이 팀에 얼마나 안정감을 줬는지,
불펜을 얼마나 아껴줬는지를 보여준다. 그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

 

ERA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투수를 평가해 온 기준에는 이유가 있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지금도 충분히 유효한 지표다.

 

다만 이 둘 중 하나만 맹신하면 선수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
QS만 보면 잘 버티는 투수를 에이스로 착각할 수 있고,


ERA만 보면 팀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른 투수를 놓칠 수 있다.

야구는 한 숫자로 다 설명이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게 야구를 계속 파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고.

오늘 경기 선발 등판 전에 QS 비율이랑 ERA 같이 한 번 찾아보자.


"오늘 이 투수, 믿어도 되나?"에 대한 감이 생각보다 빨리 잡힐 거다.

 

*참고 데이터 출처 : 스탯티즈(statiz.co.kr) / KBO 공식 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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