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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BO] 선발 투수 평균 이닝이 줄어드는 이유?

by 쁘띠디아블 2026. 4. 24.

9이닝을 혼자 막는 투수, 이제는 전설이 됐다

 

예전 KBO를 오래 본 팬들이라면 선발 투수가 8회, 9회까지 마운드에 남아 있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완투가 매일 나오는 기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즌 중 몇 번은 충분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선발 투수가 경기를 시작하고, 위기를 버티고,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지는 그림은 한때 꽤 익숙했다.

 

그런데 요즘 KBO의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 선발 투수가 6이닝을 던지면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7이닝을 막으면 호투를 넘어 거의 에이스급 경기처럼 받아들여진다.

9이닝 완투는 이제 특별한 뉴스가 된다. 팬들이 놀랄 정도로 드문 장면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단순히 투수들의 체력이 예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일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선발 투수의 평균 이닝 감소는 선수 개인의 체력 문제라기보다, KBO 야구가 더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불펜 운용이 세분화되며, 투수의 역할 자체가 달라진 결과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최근 10년간 KBO에서 선발 투수의 평균 이닝이 줄어드는 흐름을 살펴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원인을 타자 분석, 불펜 전문화, 구속 변화, KBO 리그 환경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았다.

선발 투수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었나

과거의 선발 투수는 최대한 긴 이닝을 버티는 것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물론 실점이 많으면 의미가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6이닝 이상, 가능하다면 7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가 좋은 선발로 인정받았다. 불펜을 아끼는 능력도 선발 투수의 중요한 가치였다.

 

하지만 최근 야구에서는 선발 투수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나 오래 던졌는가”보다 “위험해지기 전에 얼마나 좋은 상태로 내려왔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데이터 분석이 발전하면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발 투수가 언제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를 더 세밀하게 판단하게 됐다.

 

예를 들어 타순이 세 번째로 돌기 시작하는 시점, 투구 수가 80구 안팎에 도달하는 시점, 구속이

평소보다 떨어지는 시점, 변화구 제구가 무뎌지는 시점이 오면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라면 “조금 더 맡겨보자”였지만, 지금은 “좋을 때 내려서 리드를 지키자”에 가깝다.

선발 투수 평균 이닝 추이

최근 KBO 선발 투수 평균 이닝 흐름 예시연도평균 이닝흐름

2013 6.2이닝 내외 선발 장기 이닝 비중 높음
2015 5.9이닝 내외 소폭 감소
2017 5.6이닝 내외 불펜 활용 증가
2019 5.3이닝 내외 교체 타이밍 빨라짐
2021 5.1이닝 내외 5이닝 기준 강화
2023 4.9이닝 내외 불펜 의존도 확대
2025 4.8이닝 내외 짧은 선발 운용 정착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하나보다 방향성이다.

KBO에서 선발 투수가 예전처럼 7이닝 이상을 자주 책임지는 시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제 많은 팀은 선발이 5이닝을 버티고, 이후 4이닝을 불펜이 나눠 막는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준다.

 

왜 선발 투수는 예전보다 일찍 내려올까?

원인 1. 타자의 진화 — 타순 세 바퀴 효과

선발 투수의 이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타자들의 대응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대 야구에서는 같은 투수를 여러 번 상대할수록 타자가 점점 더 유리해진다는 분석이 자주 언급된다.

이를 흔히 타순 세 바퀴 효과, 영어로는 TTO, Times Through the Order라고 부른다.

 

첫 타석에서는 타자가 투수의 공을 탐색한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구속, 변화구 궤적, 제구 패턴을 어느 정도 기억한다.

세 번째 타석이 되면 타자는 투수의 승부 방식을 더 분명하게 읽기 시작한다.

아무리 좋은 선발 투수라도 같은 타자에게 세 번, 네 번 노출되면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KBO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력분석 자료가 정교해지고, 타자들이 경기 중에도 투수의 패턴을

빠르게 공유하면서 선발 투수가 오래 버틸수록 위험해지는 구간이 더 뚜렷해졌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발이 아직 실점하지 않았더라도, 타순이 세 번째로 도는 순간을 교체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는 투수를 믿지 못해서라기보다, 타자들이 그만큼 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다.

현대 야구에서 데이터는 타자에게도 무기가 됐고, 그 결과 선발 투수의 안전 구간은 예전보다 짧아졌다.

원인 2. 불펜의 전문화 — 이제 불펜은 임시방편이 아니다

과거 불펜은 선발이 무너졌을 때 급하게 올라오는 대체 자원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대 KBO에서 불펜은 하나의 독립된 전술 체계다.

각 투수는 상황별 역할을 부여받고, 감독은 경기 흐름에 따라 불펜 카드를 순서대로 꺼낸다.

  • 브릿지 투수: 선발이 내려간 뒤 5~6회 공백을 메우는 역할
  • 셋업맨: 7~8회 리드를 지키는 핵심 불펜 자원
  • 마무리 투수: 9회 승리를 확정하는 클로저
  • 좌우 스페셜리스트: 특정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맞춤형 카드

이렇게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감독은 선발을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줄었다.

6회에 선발의 구위가 떨어졌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준비된 불펜을 올리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특히 한 점 차 승부나 포스트시즌 경쟁이 걸린 경기에서는 이런 선택이 더 자주 나온다.

 

물론 불펜 의존도가 높아지면 부작용도 있다.

불펜 투수들이 자주 등판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 저하나 부상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현대 KBO에서 좋은 팀은 단순히 마무리 투수 한 명이 강한 팀이 아니라, 5회 이후를 나눠

막을 수 있는 불펜 뎁스가 두꺼운 팀이다.

원인 3. 구속 인플레이션 — 더 강하게 던질수록 오래 던지기 어렵다

최근 야구에서 투수들은 예전보다 훨씬 강하게 던진다.

구속은 계속 올라가고, 변화구의 회전수와 무브먼트도 중요해졌다.

선발 투수라고 해서 초반에는 힘을 아끼고 후반에 승부하는 방식만 고집하기 어렵다.

1회부터 강한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전력 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방식이 긴 이닝 소화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 투구는 초반 이닝의 위력을 높이지만, 체력 소모도 그만큼 크다. 70구, 80구를 넘기면서 구속이

1~2km만 떨어져도 타자 입장에서는 훨씬 공략하기 쉬워진다.

변화구의 각이 무뎌지고 제구가 가운데로 몰리면, 한순간에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요즘 감독들은 “아직 버틸 수 있느냐”보다 “지금 내려야 가장 손실이 적으냐”를 먼저 계산한다.

과거라면 에이스가 100구 이상을 책임지는 장면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80구 전후에서도 구위 저하가

보이면 과감하게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구속 인플레이션은 선발 투수에게 양날의 검이다.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완투가 줄어드는 흐름은 이 변화와도 깊게 연결돼 있다.

원인 4. KBO 특수 요인 — 여름, 일정, 선발 자원 문제

KBO에는 한국 리그만의 환경적 요인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여름 날씨다.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공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매 이닝 수비 시간과 더그아웃 대기, 땀과 체온 상승을

함께 견뎌야 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같은 투구 수라도 체력 소모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돔구장이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준다.

고척 스카이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장이 외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름철 더블헤더, 우천 취소 이후 빡빡해지는 일정, 이동 거리까지 겹치면 선발 투수에게 긴 이닝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선발 자원 부족 문제도 있다. KBO는 외국인 선발 투수 의존도가 높은 리그다.

이는 그만큼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켜줄 국내 선발 자원이 항상 충분하지는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발진이 약한 팀일수록 5이닝 이후부터는 빠르게 불펜 승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일정 구조는 불펜 운용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감독은 특정 시리즈에서 불펜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뒤 휴식일에 회복시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선발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불펜을 활용해 이길 확률을 높이는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완투는 줄었지만, 선발의 가치는 오히려 커졌다

선발 투수의 평균 이닝이 줄어드는 흐름은 단순한 퇴보로 보기 어렵다.

야구가 더 세밀해졌고, 데이터가 더 많이 활용되며, 감독들의 교체 판단도 훨씬 빨라졌다.

타자는 더 빨리 적응하고, 불펜은 더 전문화됐으며, 투수들은 더 강하게 던진다. 이 변화가 모이면서

선발 투수의 등판 이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선발 투수의 가치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반대다. 지금은 6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주는 선발 한 명의 가치가 더 커졌다.

선발이 6회까지 버텨주면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다음 경기 운영에도 여유가 생긴다.

긴 시즌을 치르는 KBO에서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결국 현대 KBO에서 좋은 선발 투수란 무조건 완투를 노리는 투수가 아니다.

자기 구위를 유지할 수 있는 구간까지 확실하게 막고, 팀이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주는 투수다.

그리고 정말 뛰어난 선발은 그 구간을 5이닝이 아니라 6이닝, 7이닝까지 넓혀주는 선수다.

 

완투 하나가 뉴스가 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만큼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버텨냈을 때의 가치는 더 선명해졌다.

KBO 마운드는 이제 한 명의 투수가 버티는 시대에서, 여러 투수가 역할을 나눠 승리를 설계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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